참패 뒤에는 대표팀 운영 및 관리 부실이 있었다

▲ 5년의 기다림 끝에 열린 2020도쿄올림픽. 그러나 대한민국 태권도는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으며 자존심이 와르를 무너졌다.
▲ 5년의 기다림 끝에 열린 2020도쿄올림픽. 그러나 대한민국 태권도는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으며 자존심이 와르를 무너졌다.

2020도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태권도의 자존심은 밑바닥을 쳤다. 6체급에 출전해 노골드에 머물렀다. 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된 올림픽이라는 특수한 상황이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너무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3년 뒤에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종주국의 자존심을 되찾아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도쿄올림픽을 마치게 됐다.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원인이 무엇인지 짚어 보고, 3년 후 도전자 입장에서 종주국 명예를 되찾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이에 본지에서는 2회에 걸쳐 ①도쿄올림픽 최악의 성적표 무엇이 문제였나? ②도전자 입장에 선 대한민국 태권도에 대해 게재한다.<편집자 주>

대한민국 태권도 자존심이 2020도쿄올림픽에서 와르르 무너졌다.

대한민국 태권도는 이번 도쿄올림픽에 역대 최다인 6체급에 선수를 내보냈으나 은메달 1개(이다빈), 동메달 2개(장준, 인교돈)를 따는 데 그쳤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서 태권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처음으로 노골드의 수모를 당하며 종주국 체면이 제대로 구겨졌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6명의 선수, 5명의 지도자, 2명의 트레이너에게 그동안의 올림픽 여정에서 흘린 땀과 열정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준비과정이 부족했고 대표팀 관리 및 운영에 부실이 드러났다는 지적은 대한태권도협회를 비롯한 지도자, 선수 등은 곱씹어 봐야 한다.

대한민국 태권도는 이번 올림픽에서 최소 2개의 금빛 발차기를 기대했었지만, 빈손으로 돌아왔다.

남자는 장준(-58kg급 출전 동메달)과 이대훈(-68kg급 출전, 메달 획득 실패) 등이 세계랭킹 1위를 굳건히 지키며 도쿄에 입성했고, 여기에 림프암을 극복한 불굴의 남자 인교돈(+80kg급 출전, 동메달 획득)도 금메달 가능성을 높였던 게 사실이다. 여자 선수들 또한 부상 투혼 끝에 은메달을 획득한 이다빈(+67kg급 출전)을 필두로 금 사냥에 나섰지만, 수모를 막지는 못했다.

이러한 역대급 최악의 성적을 낸 원인으로 대다수 지도자들은 ▲선수들 체력 문제 ▲전략, 전술의 부재 ▲올림픽 코칭 스텝 컨트롤 타워 부재 ▲보이지 않은 KTA 역할 등을 꼽았다.

■선수들 체력 문제는 없었나?

이번 도쿄올림픽 대한민국 선수 경기를 지켜본 일선 지도자들은“선수들 체력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선 체력’ 후 기술과 전략, 전술이 더해져야 하는데 선수들 체력이 바닥이었다는 게 한결같은 목소리다.

선수 체력 관리 문제는 올림픽 이전에 거론된 바 있다. 진천 선수촌 내 선수 음주 파동 이후 선수들 체력 관리 논란은 더욱 커졌지만, KTA와 올림픽 코칭스텝은 선수 체력 관리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A지도자는“올림픽 대표의 체력 향상을 위한 기본적인 방향 설정조차 없었다”면서“하루에 메달까지 결정되는 올림픽 일정, 2분 3회전을 충분히 뛸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힐난했다.

■분석을 통한 전략, 전술의 부재

완벽에 가까운 체력을 만들지 못한 상태에서 올림픽 출전 선수의 분석을 통한 전략, 전술의 부재도 이번 도쿄올림픽 치욕을 부채질 했다.

세계랭킹 1위인 장준과 이대훈은 복병으로 불리는 신예들에게 일격을 당했다. 무명에 가까운 선수 분석을 완벽하게 못 했다. 상대 선수 분석이 안 돼, 경기를 풀어 갈 전략과 전술도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다빈은 준결승전에서 세계랭킹 1위 비안카 워크던(영국)의 옆구리 공격에 속수무책을 당하다 기적의 버저비터 발차기를 선보이며 결승에 올랐다. 그러나 거지까지였다. 세르비아 밀리차 만디치 노련미를 넘지 못했다. 만디치의 경기 분석을 통한 공략 전술, 전략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아 석패 했다. 인교돈, 심재영, 이아름 등도 마찬가지다.

■올림픽 대표팀 내 컨트롤 타워 부재

체력관리의 실패, 전략 및 전술의 부재는 올림픽 대표팀 내 컨트롤 타워가 없었다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이번 도쿄올림픽 대한민국 대표는 세계랭킹 6위 안에 들어 자동출전권으로 획득했다. 올림픽 코칭 스텝은 선수 전담제 형식으로 출전권을 따 온 선수들의 소속팀 지도자로 구성됐다. 이렇다 보니 올림픽 대표팀 중심을 잡아주고, 전체 큰 틀과 세부 사항 등으로 조정하고 계획을 세우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지도자 보이지 않았다. 맡은 선수만 관리하고 책임지는 형식이 돼 원팀을 이룰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B지도자는“이번 올림픽 대표팀 지도자들이 최선을 다한 것은 부정하고 싶지 않다”면서“그러나 올림픽 여정에서 반드시 있어야 할 컨트롤타워가 없었던 것 아쉬운 대목이다”고 밝혔다.

B 지도자는 이어“국가대표팀 총감독제도를 부활시켜 총감독에게 책임과 권한을 동시에 주고 대표팀을 이끌어 가는 정책의 전환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KTA의 대표팀 운영 및 관리 부실

선수 지도자 선발 시스템에서 KTA 역할의 한계점이 도쿄올림픽 참패의 이유로 꼽히고 있다.

지도자들은 “KTA 올림픽 대표 선발의 선택권이 없다. 한마디로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를 기대했다”면서 “KTA가 올림픽에서 선전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지 않고 막연한 기대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꼬집고 있다.

C 지도자는“오래전부터 KTA는 올림픽에서 성장 가능한 선수들에 대한 관리 및 운영 시스템 수립, 국제경기력 향상 정책 입안, 중장기적 국제경기력 향상을 위해 전력 분석 전담 책임과 함께 올림픽 출전 선수 코칭 전담제 시행하도록 계획을 입안 등을 요구받았지만 어느 것 하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C 지도자는 이어“이번 도쿄올림픽 준비과정을 보면 KTA 전 집행부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면서“대표팀 운영과 관리에 손 놓고 있었다. 1년 연기도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통합2기가 출범했지만, 이번 올림픽에 준비에 미흡했다”고 덧붙였다.

대다수 지도자들은“통합 2기에서 파리 올림픽 준비를 해야 하는데 경기 가맹단체로서 KTA 역할이 중요해 졌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밖에도 선수들 멘탈 관리도 지적됐다. 이번 도쿄올림픽 태권도 경기를 지켜본 지도자들은 “과거처럼 선수들의 근성이 보이지 않았다”면서“선수들 멘탈 관리를 지적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지도자들은 “물론 코로나19 여파로 올림픽이 1년 연기돼 선수들의 충격과 공허함이 컸던 것 사실이지만 멘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올림픽 코칭스텝의 잘못이다”고 밝혔다.

일부 지도자는“지도자가 선수에게 끌려가는 모양새가 되어서는 선수 멘탈 관리는 먼 이야기 다”고 말했다.

5년간의 도쿄올림픽 태권도 경기의 여정이 마무리됐다.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채 돌아온 대한민국. 그 뒤에는 대표팀 운영 및 관리 부실에서 파생된 문제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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